'다시 한 번'과 '다시 한번' 맞춤법

 

지금 한글을 켜서 '다시 한 번'과 '다시 한번'을 쳐보면, 맥용 한글에서는 '다시 한번' 아래에 빨간줄이 생기고, 윈도우용 한글에서는 '다시 한 번' 아래에 빨간줄이 생긴다. 각 버젼에 따라 또 다를지도 모르겠다. 빨간줄은 곧 해당 단어가 맞춤법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일까? 헷갈리니 조금 더 찾아보았다.

 

 

링크에 제시한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의 2018년 답변을 보면 다음과 같다.

 

 

안녕하십니까? 예전에는 '다시 한번'과 '다시 한 번'을 의미에 따라 구분하여 쓴 적이 있었으나, 현재 '다시' 뒤에서 숫자의 뜻이 특히 약하다 하여 이와 같은 구성에서는 언제나 '한번'을 붙여 쓰는 것으로 통일하였습니다. 따라서 보이신 문장에서뿐만 아니라, 항상 '다시 한번'으로 띄어 쓰시기를 바랍니다.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146332

 

 

'다시 한 번'에서 '다시' 뒤에 숫자의 뜻이 약하므로 '다시 한 번'이라고 쓸 때는 모두 '다시 한번'으로 통일해서 쓴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 설명으로 만족할 수도 있지만, 둘 다 쓰다가 그 가운데 하나가 의미가 약해졌으니 둘을 합쳐 쓴다는 설명은 다소 게으르다는 인상을 준다.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다음은 맞춤법 책에서 찾은 내용이다(김정선_끝내주는 맞춤법_유유_2021). 예문으로 헷갈리는 맞춤법들을 설명하는 책이라 이해하기 편했다. 먼저 '한번'을 붙여 쓰는 경우부터 보자.

 

 

1) 그냥 한번 와 봤어요.
2) 한번 해 보지 뭐.
3) 한번 놀러 오세요.
4) 말 한번 잘한다.

 

 

이 예문에서 나오는 '한번'은 횟수로 딱 한 번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한번'은 어떤 기회, 시도 등을 가리키므로 붙여 쓴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한 번', 띄어쓰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1) 이 책을 한 번 정독하면서 문제를 풀고 다시 한 번 읽어본다면......
2) 다시 한 번 확인을 하셔야겠죠?
3) 한 번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한 번'이라고 쓰는 경우는 '한 번'을 '1번', 정확히 횟수의 의미로 쓸 때이다. 그래서 특히 횟수를 강조할 때 '다시 한 번'은 '다시 한번'이 아니라 '다시 한 번'이라고 써야 맞춤법에 따라 썼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의 설명처럼 '다시 한 번'은 '다시'라는 표현때문에 '1번'의 뜻이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다시'에 이미 기회, 시도라는 뜻이 포함되므로, '다시 한 번'과 '다시 한번'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래 내가 만든 예문을 보면, '다시 한 번'과 '다시 한번'은 구분이 필요하다.

 

 

1) 블로그에 이 글을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올리자.

2) 블로그에 글을 '다시 한번' 써보자.

 

 

1)은 다 쓴 글을 한 번 검토하고 올리자, 2)는 방치했던 블로그에 글쓰기를 다시 해보자로 풀어볼 수 있다. 두 문장의 의미를 고려하면, 1)에 '다시 한번'은 어울리지 않고, 2)에 '다시 한 번'은 어울리지 않는다. 1)은 대상이 '블로그에 쓴 글'이지만, 행위는 쓰기와 검토 두 가지이다. '다시 한 번'하는 행위는 쓰기가 아니라 검토이다. 2)는 쓰기라는 하나의 행위를 다시 시도하는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다시 한 번'은 대상에 초점이 있고, '다시 한번'은 대상에 대한 행위에 초점이 있다. 실제 언어 생활에서 쓰일 때는 의미 차이가 크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차이가 분명 있다.

 

 

'다시 한 번'과 '다시 한번'은 미묘하지만 분명히 가리키는 바가 다른 표현이다. 둘을 통합해서 사용한다면 맞춤법은 그만큼 명료해지겠지만, 그 명료함에서 오는 편리함이 이 미묘한 의미 차이를 뭉개는 것보다 중요한 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