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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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 기록물 사본신청 후기쓸데없는 생각들 2021. 4. 23. 16:32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개인 자격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표창장을 수여한 대통령은 아쉽게도 온갖 지탄을 받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 표창장은 당시를 열심히 살아낸 부모님 인생의 보상이었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대통령 이름이 박혔다고 해서 그 가치가 폄하될 수는 없다. 내 입장에서는 언젠가 부모님의 경험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에서 이 표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역사 전공이기는 하지만 전공하는 시대가 달라 쉽게 접근하지 못했었는데, 국가기록원의 서비스가 잘 준비되어 있어서 이참에 관련 정보를 조금씩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2020년에 이와 관련된 박사학위논문이 나왔으므로 이 작업은 점차 탄력이 붙을 것 같다. 일단 국가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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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을 추억하며쓸데없는 생각들 2020. 5. 9. 00:10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당신이 20세기 말에 생겨나 2000년대 전성기를 누린 [책마을]이라는 커뮤니티를 기억하고 있다면 당신은 분명 아재다. 확신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커뮤니티는 한국 육군 인트라넷 구석에 만들어진 사이트이기 때문이다(이 인트라넷은 일반적인 인터넷이 아닌 군 내부 통신망이다). 육군의 공식적인 허가나 홍보는 없었던 듯한데, 책을 다루는 '건전한' 커뮤니티라는 점, 죄다 텍스트로만 이루어져 있는 사이트라 서버에 그다지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 덕분에 그럭저럭 살아남았던 것 같다. 물론 시도 때도 없이 인트라넷 상태에 따라 이른바 '폭파'되기 일쑤였지만, 몇몇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데이터를 백업해두어서 버텨낼 수 있었다. 1년 동안 말그대로 소대 보병으로, 육군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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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연구자가 되기 위하여쓸데없는 생각들 2020. 4. 28. 02:17
한때는 남을 위해 공부한다고, 우리 사회와 공동체, 세계를 위해 공부한다고, 거창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공부라는 행위를 직업으로 삼은 연구자는 결국 자기 만족을 위해 공부한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인문학 공부는 더욱 그렇다. 인문학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도무지 쓸데가 없다. 굳이 쓸데를 생각해보면, 다양한 생각을 그대로 머물게 해서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생존 가능성을 조금 높이는 것 정도이다. 써놓고 보니 역시 꽤나 추상적인 쓸데이다. 그만큼 인문학은 정말 쓸데가 없다. 인문학은 근본적으로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생산하지 못한다(인문학이 돈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주의하자). 그럼 인문학 연구자는 공동체에 기생하는 기생충일까. 생활과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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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書痴, Research, Leesearch, 看書痴, 이덕무쓸데없는 생각들 2020. 4. 15. 07:05
이덕무(李德懋, 1741~1793)는 조선 영조대, 정조대에 살았던 인물이다. 그가 쓴 의 4권, 영처문고(嬰處文稿) 2에 간서치전(看書痴傳)이라는 글이 있다. 원문과 번역은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제공하는 한국고전종합DB에 자세하다. (http://db.itkc.or.kr/inLink?DCI=ITKC_BT_0577A_0040_020_0020_2000_001_XML) 여기에 이덕무는 남산 아래에 말도 잘 못하고 세상 일도 잘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 오로지 책만 보고 혼잣말이나 하니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책만 보는 바보, 간서치(看書痴)'라고 했다고 썼다. 이덕무에 따르면 그는 그 별명을 웃으며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덕무는 이 사람의 전기(傳記)를 써줄 사람이 없으므로 자신이 맡아 쓴다고 하면서 정작 이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