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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드백(Feedback)의 한국어 번역과 어원
    글을 잘 쓰고 싶어요 2022. 8. 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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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israel palacio  on  Unsplash

     

    불편한 피드백

    한국어로 글을 쓰다보면 각종 외래어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외래어와 뜻이 같아서 바꾸어 쓸 수 있는 우리말이 있다면 굳이 외래어를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반드시 사전을 찾아 대응하는 우리말을 알아보곤 하는데, 그 가운데 도저히 바꾸기 어려운 말들도 있다. 여기서 살펴볼 피드백이 바로 그러한 사례이다.

     

    피드백(Feedback)의 현재 의미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피드백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물리) 입력과 출력을 갖춘 시스템에서 출력에 의하여 입력을 변화시키는 일. 증폭기나 자동 제어 따위의 전기 회로에 많이 사용한다.
    2. (교육) 학습자의 학습 행동에 대하여 교사가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일.
    3. (심리) 진행된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 주는 일.
    4. (매체) 수용자 반응에 대한 전달자의 대응적 반작용.

     

    고려대한국어대사전도 이처럼 분야를 나누어 거의 비슷하게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서 나아가 일반적인 의미를 정의한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어떤 행위의 결과가 최초의 목적에 부합되는 것인가를 확인하고 그 정보를 행위의 원천이 되는 것에 되돌려 보내어 적절한 상태가 되도록 수정을 가하는 일.

     

    오늘날 일상생활에서 쓰는 피드백이라는 낱말는 아마도 위의 의미로 쓰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피드백은 특정 분야를 넘어 거의 일반적인 의미의 낱말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보았듯이 피드백은 국어사전에서 우리말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는 외래어이다. 번역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잠깐 생각해보더라도 위 고려대한국대사전에서 정의한 뜻에 대응하는 적절한 한국어 낱말을 떠올리기 어렵다.

     

    피드백에 대응하는 한국어 표현

    현재 피드백을 굳이 한국어로 번역해서 쓸 때는, '환류(還流)'나 '궤환(饋還)' 정도로 쓰고 있다. 환류와 궤환 모두 물리적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낱말이다. 환류의 뜻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지구) 물 또는 공기의 흐름이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 흐름. 또는 그런 현상.
    2. (해양) 적도 해류가 대륙이나 섬에 부딪혀서 둘로 나뉘어 극지방을 향하여 점차 동쪽으로 흐르는 난류. 멕시코 만류 따위가있다.
    3. (화학) 가열에 의하여 생긴 증기를 응축하여 다시 본디의 위치로 되돌리는 화학 실험 방법.

     

    이처럼 환류는 되돌아 흐르는 물 또는 공기를 가릴 때 사용한다. 궤환은 국어사전에 정식 등재된 낱말은 아니지만 대체로 전자 및 전기기술에서 출력된 전자신호, 주파수 등 일부가 원래 입력된 곳으로 다시 돌아가 순환한다는 기술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궤환은 피드백의 뜻을 한자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혹시 다른 생소한 기술용어들이 그렇듯 일본어에서 온 것인지 일본어사전을 확인해보았다. 그런데 일본 역시 피드백을 가타카나로 표기하였고(フィードバック), 궤환과 비슷한 물리적인 현상을 표기할 때는 한자로 귀환(歸還, 일본어 한자로 帰還)이라고 쓰고 있다. 뜻은 비슷하지만 한자는 한국어와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피드백의 번역어로 쓰이는 환류, 궤환 모두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낱말에 가까워서, "어떤 행위의 결과가 최초의 목적에 부합되는 것인가를 확인하고 그 정보를 행위의 원천이 되는 것에 되돌려 보내어 적절한 상태가 되도록 수정을 가하는 일"과 멀어보인다. '되먹임'이라는 순우리말 번역 역시 궤환처럼 피드백의 뜻을 있는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현재 널리 사용하고 있는 피드백의 일반적인 의미를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여담으로, 이제 한국의 전통놀이가 된 스타크래프트1의 다크아콘, 스타크래프트2 고위기사가 사용하는 기술이 바로 이 피드백이다. 처음에 되먹임으로 번역하였다가 어색하다는 '피드백'이 많아 번역팀에서 환류로 바꾸어 번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이 경우는 기술용어로 비슷한 느낌의 기술(상대가 가진 마나를 되돌려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가리킨 것이니 그렇게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전 스타1프로게이머이자 해설가였던 김정민 해변킴 유튜브 <[스타 유닛 탐구] 설정상 최강이지만 밸런스를 위해 희생당한 ‘다크아칸’> 6분 43초에서 발췌

     

    결국 현재 피드백에 대응하는 적절한 한국어 낱말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피드백이라는 말이 우리 삶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들은 서로 '피드백'이라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말인까? 궁금증이 여기에 도달하여 피드백의 기원을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였다.

     

    피드백의 어원

    피드백의 어원을 찾아 여러 사전과 웹사이트를 찾아보았는데 위 질문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개인이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온라인 어원 사전 웹사이트에서 찾았다(www.etymonline.com/word/feedback). 다른 하나는 메리엄-웹스터 사전 웹사이트에서 찾았다(www.merriam-webster.com/words-at-play/the-history-of-feedback).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온라인 어원 사전 웹사이트에서는  피드백 어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1920년 전자적 의미에서 "출력 신호의 일부를 이전 입력 단계로 되돌리는 것"을 가리키는 데 피드백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여기서 피드백이라는 단어가 유래하였다. 그러다가 1955년 "어떤 과정의 결과에 대한 정보"로 피드백이 사용되었다.

     

    다음으로 메리엄-웹스터 사전 웹사이트에서는 피드백 어원을 위보다 조금 더 자세히, 정확하게 풀어서 설명하였다. 이 웹사이트의 글에서는 피드백이 1919년 전기과학과 관련한 글에서 처음 등장하였다고 보았다. 그 근거로 1910년대와 1920년대 여러 가지 피드백 용례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을 보면 피드백이 지극히 기술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글은 이어서 피드백이 처음으로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유용한 정보나 비판"을 뜻하게 된 것은 1940년대 미국 심리학계부터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지금처럼 피드백을 쓰게 되기까지는 약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분석하였다. 1960년대 미국 언론에서 피드백을 지금과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례를 확인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검색해보면, 한국 언론에서도 피드백을 사용한 시점은 미국과 비슷한 1963년이었다. 물론 이때 기사는 피드백을 기술용어로 쓰고 있다. 한국 언론에서 피드백을 지금과 같은 뜻으로 사용한 시점은  1966년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기사들은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연관된 것들이었다. 그래서 왜인지 경제개발계획과 관련하여 미국과 협의하고 또 미국측 자료를 참고하는 과정에서 피드백이라는 용어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전문 연구의 영역이다.

     

    피드백을 번역 혹은 대체할 수 없을까?

    영어 어원에 대해 이보다 더 자세히 파고들 능력은 나에게 없다. 이제 피드백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알았다. 또 숱한 낱말들이 그렇듯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낱말의 뜻이 변하였는지도 대략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피드백에 대응하는 우리말이 없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 물론 피드백에 정확히 대응하는 낱말이 없다고 해서 그 언어를 쓰는 사회와 문화에 피드백에 해당하는 행위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독일어에 별 희한한 상황,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낱말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다른 언어에 그 낱말들이 없다고 해도 사람들이 그 상황이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말싸움과 해학으로 점철된 우리나라의 역사로 볼 때 우리말에도 분명히 피드백을 가리키는 낱말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질문을 떨쳐내기 어렵다. 피드백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사실 피드백을 그대로 써도 뜻을 전달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쓸데없는 고민이기는 하다. 그래도 낱말을 쓸 때 불편하지 않기 위하여, 당분간 관심을 가지고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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