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後記)/시청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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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2023)_변화에 적응한다는 건후기(後記)/시청후기 2023. 4. 6. 00:17
*영화 줄거리에 대한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밌었다. 나는 이 영화가 역사학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작업 과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영화 내적으로는 두 가지, 외적으로는 한 가지가 인상이 깊었다. 1. 다채로운 군상극 은 기본적으로 시대의 변화에 뒤쳐진 사람들을 둘러보는 군상극이다. 시대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공간은 비로소 동시녹음으로 “소리”가 생긴 192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판이다. 이때 영화라는 매체에 소리가 추가되면서 이른바 무성영화의 시대는 끝났다. 은 이 변화를 겪는 사람들의 삶을 따라간다. 주요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잭(브레드 피트)은 무성영화판에서 누구보다 잘 나갔던 배우이다. 그는 이 변화를 포착했고 미리 준비해서 적응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실패한 인물이다. 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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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드라마 <정도전(2화)> 성균관은 대학교가 아닌데요후기(後記)/시청후기 2021. 4. 29. 02:34
드디어 2화이다. 정도전은 건방진 상소를 올린 죄로 문초를 당할 위기를 겪지만, 정도전의 충정(?)에 감격한 공민왕이 정도전을 풀어주고 크게 쓰겠다고 한다. 정도전을 몰아내려던 이인임은 오히려 위기에 몰린다. 공민왕의 용서에 감동한 정도전은 마음을 다잡고 공민왕과 으쌰으쌰 해보려고 하지만, 마침 그때 공민왕은 자신이 아끼던 자제위에게 시해당하고 만다. 이인임은 자신이 밀려나지 않기 위해 자제위를 자극하면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자제위가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정리한 뒤 정권을 잡는다. 성균관은 대학교가 아닌데요 은 정도전과 정몽주를 비롯한 이른바 ‘신진사대부’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해설도 연출도 이것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이, 특히 정도전이 분노한 이유는 탐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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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드라마 <정도전(1화)>후기(後記)/시청후기 2021. 4. 19. 23:49
의 1화는 이성계와 정도전이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하지만, 이것은 조금 훗날의 일이다. 1화는 대부분 성균관에서 일하고 있던 정도전이 공민왕의 무리한 공사와 사치를 목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한 공민왕과 나라 꼴을 참지 못한 정도전은 공민왕에게 상소를 올리려고 하지만 이인임에게 방해받게 된다. 정도전은 명 사신들이 성균관을 방문할 때 드디어 공민왕과 마주할 기회를 얻는다. 조금 오글거리는 장면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난한 시작이었다. 이인임 배우 박영규가 연기한 이인임은 이성계와 더불어 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제목이 이기는 하지만 초반에 등장하는 주인공 정도전은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이다. 아마도 나중을 위한 '빌드업'으로 보이는데, 초반부 정도전은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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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드라마 <정도전(후기 시작)>후기(後記)/시청후기 2021. 4. 13. 02:41
유튜브 채널 KBS Drama Classic에 가서 멤버쉽 1차 가입을 하면(월 1,900원), 역대 KBS 사극들을 시청할 수 있다. , , 정도를 볼 생각이다. 모두 배우 유동근이 나온다. 유튜브 채널 광고였으면 좋겠지만 내돈내산이다. 사실 월 1,900원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의 접근 편의성이나 화질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은 2014년에 방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80p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2화부터는 멤버쉽에 가입해야 볼 수 있는데 적어도 화질이 720p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한국 사람이라도 있으면 은근히 편한 한국어 자막도 따로 지원하지 않는다. 이럴거면 차라리 왓챠와 같은 국내 OTT 서비스에 콘텐츠를 전부 넘겼으면 하는데, 등 몇몇 드라마가 왓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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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해 팀이 있는 것이 아냐. 팀을 위해 네가 있는거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 2020)>후기(後記)/시청후기 2020. 6. 10. 00:33
허재, 김유택이 있었던 기아 엔터프라이즈와 농구보다 김기태, 조규제, 박경완이 있었던 쌍방울과 야구를 더 좋아했던 어린 시절에도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이하 조던)은 알고 있었다. 물론 그때도 조던이 위대한 농구선수인 것은 알고 있었다. 조던이 항상 TV 뉴스와 신문의 스포츠면을 화려하게 장식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삼성전자 알라딘보이 NBA게임시리즈에서 능력치가 가장 좋은 선수였기 때문이다(*알라딘보이가 삼성전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메가드라이브의 한국판이라는 것을 한참 뒤에 알았다). 야구보다 농구를 더 좋아하게 되고 한창 농구를 했을 때는 조던의 다음 시대인 2000년대였다. 나에게는 조던보다 리차드 해밀턴, 앨런 아이버슨, 코비 브라이언트,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빈스 카터, 덕 노비츠키 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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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랙션(Extraction), 2020>, 액션에 모든 걸 쏟아 부은 액션 영화후기(後記)/시청후기 2020. 5. 1. 22:22
이 영화의 목표는 확실하다. 지금까지 다른 영화에서 시도했던 액션 장면, 그리고 지금까지 다른 영화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액션 장면을 몽땅 다 보여주겠다는 것. 중반부까지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호쾌한 액션이 쉼 없이 이어진다. 맨손, 칼, 총기, 중화기, 차량, 헬리콥터를 사용한 액션이 모두 등장한다. 쓸데없이 늘어지거나 불필요한 동작도 없고, 카메라를 너무 흔들어대고 조명을 신경 쓰지 않아서 액션의 가시성이 떨어지는 구간도 거의 없다. 최근 액션 영화에 당연한 것처럼 포함되는 롱테이크샷 고난도 액션도 포함되어 있다. 그야말로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의 사전적 정의, "격투, 추격, 살인 따위의 격렬한 행동이나 사건을 소재로 삼는 영화", 그대로이다. 크리스 햄스워스(이하 햄식이, 타일러 레이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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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즈 앤 이어즈(Years & Years, 2019)>, 상상보다 더 두려운 미래후기(後記)/시청후기 2020. 4. 27. 14:57
*이 글에는 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는 영국 BBC와 미국 HBO가 합작한 6부작 드라마이다(마지막화의 내용으로 볼 때 아마 시즌이 더 나올 것 같다). 다가올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서 만든 드라마인데, 50년, 100년 뒤가 아니라 당장 5년, 10년 뒤를 상상해서 만든 이야기라 몰입이 잘 되었다. 영국 입장에서는 브렉시트 이후의 세계를 그렸으니 더 와 닿을 것 같다. 전지구적인 상황을 다루는 드라마이므로 이야기 전개가 다소 산만해질 수 있었는데, 한 가족의 이야기로 초점을 맞춘 것도 마음에 들었다. 역사적인 주제 혹은 전지구적인 소재의 이야기를 한 가족으로 풀어내는 가족드라마들이 늘 그렇듯이, 에서도 한 가족에 유독 많은 다양성(인종, 성 정체성, 장애 여부, 직업 등)이 몰려 있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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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The Face Reader, 2013)>에서 몰입을 방해한 장면(스포주의)후기(後記)/시청후기 2020. 4. 10. 08:32
이 글에는 영화 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심히 욕을 하긴 할 것이지만 은 재밌는 영화다. 왓챠 평점 3.5점을 주었다. 점수는 와 다음이고 보다 위이다. 은 실제 역사적 사건인 계유정난(癸酉靖難, 1453)을 영화의 중심에 두고 거기에 휘말리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관상이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풀어내고 있다. 역사적 사건의 흐름은 그대로 두면서 인물의 묘사로 군데군데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역사의 큰 흐름을 바람, 그 안의 인간 군상을 파도로 비유한 영화 대사와 맥락이 닿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영화의 시작과 결말이었다. 영화는 한 노인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부터 시작되고, 그 노인이 죽음에 이르는 장면으로 사실상 끝난다. 물론 영화의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