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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기록원 기록물 사본신청 후기
    쓸데없는 생각들 2021. 4. 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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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개인 자격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표창장을 수여한 대통령은 아쉽게도 온갖 지탄을 받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 표창장은 당시를 열심히 살아낸 부모님 인생의 보상이었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대통령 이름이 박혔다고 해서 그 가치가 폄하될 수는 없다. 내 입장에서는 언젠가 부모님의 경험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에서 이 표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역사 전공이기는 하지만 전공하는 시대가 달라 쉽게 접근하지 못했었는데, 국가기록원의 서비스가 잘 준비되어 있어서 이참에 관련 정보를 조금씩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2020년에 이와 관련된 박사학위논문이 나왔으므로 이 작업은 점차 탄력이 붙을 것 같다.

     

     

    일단 국가기록원(www.archives.go.kr)으로 이동해서 몇 가지 관련 키워드를 넣어 검색해보았다. 생각보다 검색이 편리했고 자료도 많았다. 이 가운데 온라인에 곧바로 공개된 자료는 보통 개인정보 문제나 국가안보 문제가 없고 공개가 비교적 용이한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머지는 자료의 목록만 제시되었다. 온라인에 곧바로 공개되지 않은 자료는 앞서 말한 개인정보 및 국가안보와 관련된 치명적인 문제가 없다면 소정의 수수료를 내고 사본을 신청할 수 있었다. 나는 95쪽 상당의 서류 사본을 요청하였는데 4,900원이 나왔다. 합리적인 가격대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수수료 정책 부분을 캡처한 것이다. 서류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영상도 사본 요청이 가능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국가기록원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편리했던 것은 카카오와 네이버 아이디로 본인인증이 쉽게 가능하도록 해두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인증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제수단도 다양해서 결제가 큰 문제가 없었다. 홈페이지 가시성도 전체적으로 훌륭한 편이었다. 이게 내가 알던 찐따같은 관공서 홈페이지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공인인증서, 익스플로러, 온갖 잡다한 부가프로그램으로 범벅된 관공서 홈페이지의 경험때문이기는 하지만, 너무 기대치가 낮았나 싶어서 조금 반성했다.

     

     

    사본을 원하는 자료를 선택하고 온라인사본신청을 하면 위 캡처처럼 신청내역에 목록이 뜬다. 그러면 국가기록원에서 신청내역을 확인하고 수수료를 산정하여 문자나 메일로 알려준다. 수수료를 확인하고 결제하면 그때부터 바로 사본 제작이 시작된다. 사본 제작이 시작되면 아래 캡처와 같이 신청취소는 불가능하다.

     

     

    나 같은 경우는 4월 7일에 사본 신청, 8일에 수수료 결제, 20일에 사본 발송, 21일에 착불(3,500원)로 사본을 받아보았다. 사본 발송이 시작되면 신청내역에서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는데, 저 동그라미로 표시한, 수평이 맞지 않아 매우 불편한, <만족도등록>이 도통 눌리지 않는다. "신경써서 복사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매우만족함" 주고 싶은데 빨리 고쳐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도착했다. 포장이 예쁘진 않았지만 내용물만 안전하면 문제는 없다. 국가기록원 공문과 함께 신청한 사본이 들어있었다.

     

     

    처음에는 신청한 사본 작업이 단순 복사라고 생각해서, 서류 95쪽이면 금방 복사할텐데 왜 2주나 걸릴까 생각했었다. 사본을 받고 보니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위 사진처럼 개인정보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을 일일이 삭제처리하고 사본 작업을 진행했던 것이다. 성가셨을텐데 꼼꼼히 해줘서 고마웠다.

     

     

    이렇게 국가가 생산한 정보에 국민 누구나 온라인으로 쉽게 접근하고 또 쉽게 사본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 민주주의를 흠뻑 느끼는 경험이었다. 생각보다 번거롭지 않아서 놀랐다. 물론 더 많은 자료가 공개되어야 하고 검색 시스템도 손볼 곳이 많지만, 누군가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계속 노력해주고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받은 자료의 내용은 내 작업에 잘 활용해야 하겠다. 그리고 모쪼록 많은 사람들이 각자 관심 분야에서 이 서비스를 활용하기를 바란다. 공공API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관련 공무원 분들은 일이 많아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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