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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書痴, Research, Leesearch, 看書痴, 이덕무
    쓸데없는 생각들 2020. 4. 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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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Patrick Tomasso on Unsplash

     

    이덕무(李德懋, 1741~1793)는 조선 영조대, 정조대에 살았던 인물이다. 그가 쓴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의 4권, 영처문고(嬰處文稿) 2에 간서치전(看書痴傳)이라는 글이 있다. 원문과 번역은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제공하는 한국고전종합DB에 자세하다.

    (http://db.itkc.or.kr/inLink?DCI=ITKC_BT_0577A_0040_020_0020_2000_001_XML)

     

    여기에 이덕무는 남산 아래에 말도 잘 못하고 세상 일도 잘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 오로지 책만 보고 혼잣말이나 하니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책만 보는 바보, 간서치(看書痴)'라고 했다고 썼다. 이덕무에 따르면 그는 그 별명을 웃으며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덕무는 이 사람의 전기(傳記)를 써줄 사람이 없으므로 자신이 맡아 쓴다고 하면서 정작 이름은 기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덕무 자신이 당대에 지독한 독서가로 유명했다는 점, 그리고 이름을 기록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간서치전은 이덕무의 자서전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덕무만큼 책벌레도 아니고, 이덕무만큼 능력이 있지도 않지만 간서치라는 별명은 탐이 났다. '먹물'의 느낌도 나면서 동시에 '먹물'의 한계도 표현하고 있는 별명처럼 보였다. 나는 '먹물'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을 비하하는 말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이 항상 겸손하고 매번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단어가 바로 '먹물'이라고 생각해왔다. 기본적으로 연구자들 대부분은 세상 물정을 자세히 모르는, 책만 보는 바보일 수밖에 없다. 책에 방대한 지식이 압축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고, 또 연구자들은 복잡한 현실 가운데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집중하여 연구할뿐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간서치라는 별명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덕무만큼 책을 보지 않고 이덕무만큼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책보다는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유튜브, 트위치 등이 더 편하고 재미있다. 그래서 책을 본다는 의미의 간(看)은 빼고, '책 바보', '책 멍청이' 정도만 남기기로 했다. 그럼 남은 서치(書痴)는 '책을 두고 어떻게 하나 하고 초조해하는 멍청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서치 발음을 보면 연구를 의미하는 리서치(Research)와 연결할 수 있으니 적당히 억지로 조합하여 블로그 이름을 만들어보았다. 이덕무만큼 책을 사랑하진 못하겠지만 성실한 연구자로 이 땅에 남아 언젠가 간서치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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