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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2화)> 성균관은 대학교가 아닌데요
    후기(後記)/시청후기 2021. 4. 29.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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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2화이다. 정도전은 건방진 상소를 올린 죄로 문초를 당할 위기를 겪지만, 정도전의 충정(?)에 감격한 공민왕이 정도전을 풀어주고 크게 쓰겠다고 한다. 정도전을 몰아내려던 이인임은 오히려 위기에 몰린다. 공민왕의 용서에 감동한 정도전은 마음을 다잡고 공민왕과 으쌰으쌰 해보려고 하지만, 마침 그때 공민왕은 자신이 아끼던 자제위에게 시해당하고 만다. 이인임은 자신이 밀려나지 않기 위해 자제위를 자극하면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자제위가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정리한 뒤 정권을 잡는다.

     

     

    성균관은 대학교가 아닌데요

    <정도전>은 정도전과 정몽주를 비롯한 이른바 ‘신진사대부’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해설도 연출도 이것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이, 특히 정도전이 분노한 이유는 탐관오리가 날뛰고 백성이 괴로워하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인데, 시청자들이 공감하기는 너무 단순해서 살짝 민망할 정도이다. 물론 주인공이 언제나 복잡하고 입체적인 동기로 움직여야만 좋은 드라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사극은 캐릭터의 여러 가지 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극은 실존 인물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살았던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민망함은 나같은 일부 시청자의 호불호 문제에 그칠 수도 있지만, <정도전>은 정도전의 분노를 ‘신진사대부’의 분노로 연결시키고, 이들을 동지애로 묶어내려고 하기에 드라마 전체에 걸친 치명적인 문제로 확대된다. ‘신진사대부’의 동기를 너무 단순하게 연출하고 넘어가다보니 이들은 이인임을 비롯한 ‘악’에 대응하는 젊은 무리 정도로 묘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의 정치적 방향에는 내용이 없고 분노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들이 머무는 성균관은 지금의 대학교와 전혀 다른 성격의 기관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제5공화국 시절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대학교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애초에 설정이 탄탄하지 못하니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 빈곤한 상상력이 그 자리를 메운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도전과 정몽주의 동지애는 이유 없는 연애 감정처럼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이다.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니예요.

     

    정도전은 나중에 같이 관직 생활을 하거나 공부를 했던 인물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될 텐데, 이런 상태에서 드라마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어려운 내용이 많지만 당대 정치적 갈등이나 사상적 문제에 정면으로 접근해서 풀어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선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가는 시선
    자제위가 저지른 공민왕 시해 사건은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나온 이야기 거의 그대로이다. <정도전>이 사료를 철저하게 그대로 옮겼으니 칭찬해줘야 하나 싶지만, 사실 사극을 재미있게 만들려면 이런 부분을 비트는 것이 맞다. 역사에서 없던 사건을 만들거나, 또는 있던 사건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후세의 시각이 개입된 부분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기록의 공백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채우는 것이다. 지금까지 봤을 때(현재 5화를 보고 있다), <정도전>은 이 부분이 굉장히 크게 결여된 사극이다. "열심히 역사 기록을 있는 그대로 옮기려고 했어요" 라는 티가 나지만, 그게 '좋은' 사극의 필수 요소인지는 모르겠다.

     


    공민왕 시해 사건은 공민왕이 스스로 자제위 홍륜에게 자신의 왕비를 겁탈하게 한 일부터 시작되고 있으므로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조선의 시각에서 후세에 정리된 사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을 건국한 세력이 내세운 중요한 명분 가운데 하나는 공민왕의 뒤를 이은 우왕과 창왕이 고려의 왕족인 왕씨의 자손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공민왕 시해 사건의 내막, 다시 말해, 당대도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공민왕의 기이한 행동은 우왕과 창왕 역시 공민왕의 자식이 아니라는 정황적인 증거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 건국 세력 입장에서 이 사건은 아주 상세하게 정리해두어야 하는 특별한 사건이 된다. <고려사>의 기록을 보면, "공민왕 평소 행실이 이러하였으니 우왕과 창왕이 다른 사람의 자식이라고 해도 무리한 주장이 아니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배우의 연기까지 충격적이었던 공민왕 시해 사건

     

    그렇게까지 설마 의도적으로 기록했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상대는 수많은 기록유산을 남긴 조선이다.그렇게까지 충분히 의도하고 사건을 정리하고 기록을 편집했을 조선 사람들이다. 조선은 기록의 의미를 정확하게 아는 나라였고, 나라의 정통성을 다지는 과정은 지독하고 철저할수록 좋았다. 공민왕이 실제로 저런 행동을 했는지, 안했는지 그것은 조선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도전>은 조선의 시각에서 쓴 기록을 무조건 따라가고 있는데, 상상력의 부족 때문인지, 게으른 연출 때문인지, 고증에 대한 의지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NHK사극 따라잡기
    NHK사극 가운데 <아츠히메(2008, 50부작>를 보면, 각 회차에서 중요한 인물이나 장소가 등장했을 때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서 현재 어떤 유물이나 유적이 남아 있는지,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 설명해주는 부분이 꼭 들어간다. 사극만 할 수 있는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도전>에서도 이 구성을 따르고 있다. 2화와 4화에 이 구성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2개 회차에 한 번씩 들어가는 것 같다. 뉴스나 오락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사극 역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좋은 구성을 잘 수용한 듯하다. 물론 이 부분은 '드라마'가 아니라 '해설'이므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앞으로 많을 것 같다. 당장 2화만 해도 정도전과 상관없는 제민루 설명이 거슬렸다. 제민루는 최초 기록이 세종 15년(1433)이므로, 정도전과 어떻게 해도 연결할 수 없는 유적이다. <정도전>에서도 이것을 의식하였는지 정도전과 관련된 삼판서고택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곳 정도로 소개가 되고 있다. 굳이 같이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촬영 장소를 제공한 영주시의 PPL일테니 이정도만 지적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되는 유물 및 유적 설명

     

    현재 5화를 지나고 있다. 이인임과 이성계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만, 아직 <정도전>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시청을 시작했으니 끝을 내겠지만 조금 걱정된다.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1화)>

    <정도전>의 1화는 이성계와 정도전이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하지만, 이것은 조금 훗날의 일이다. 1화는 대부분 성균관에서 일하고 있던 정도전이 공민왕의 무리한 공사와 사치를 목격하는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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