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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후기 시작)>
    후기(後記)/시청후기 2021. 4. 13.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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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KBS Drama Classic에 가서 멤버쉽 1차 가입을 하면(월 1,900원), 역대 KBS 사극들을 시청할 수 있다. <용의 눈물>, <정도전>, <조광조> 정도를 볼 생각이다. 모두 배우 유동근이 나온다. 유튜브 채널 광고였으면 좋겠지만 내돈내산이다. 사실 월 1,900원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의 접근 편의성이나 화질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정도전>은 2014년에 방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80p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2화부터는 멤버쉽에 가입해야 볼 수 있는데 적어도 화질이 720p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한국 사람이라도 있으면 은근히 편한 한국어 자막도 따로 지원하지 않는다. 이럴거면 차라리 왓챠와 같은 국내 OTT 서비스에 콘텐츠를 전부 넘겼으면 하는데, <태조 왕건> 등 몇몇 드라마가 왓챠에 넘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이 채널밖에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KBS Drama Classic 유튜브채널

     

    <정도전>이 한창 방영할 때는 보지 못했고 지금에 와서야 챙겨보게 되었다. <정도전>은 주인공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KBS에서 적극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드라마 자체는 대체로 평가가 나쁘지 않아서 남는 시간에 한 화씩 보면서 후기를 남길 생각이다. <정도전>이 정통 사극을 표방했지만 그래도 '안방극장'에 방영되는 만큼 세세한 고증은 따지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후기를 한 화씩 남길 예정이므로 어느 정도 꼬장꼬장한 고증 지적은 있을 수 있겠다. 고증보다는 이 드라마의 역사관,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 그것을 위한 연출이 어떠했는지 중심으로 후기를 남겨보고 싶다.

     

     

    이 후기는 4화를 보고 난 뒤부터 쓰기 시작하고 있는데, 1화 후기를 쓰기 전에 먼저 1~4화를 아우르는, 참을 수 없는 불편함 두 가지를 지적하고 넘어가야 하겠다. <정도전>은 고증을 생각해보기도 전에, 이야기와 연출에 눈이 가기도 전에, 기본적인 완성도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다.

     

     

    "오프닝"

     

    오프닝의 CG는 차라리 쓰지 않는 것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주인공 정도전이 건물을 오갈 때 주인공이 걷는 속도에 맞게 기둥, 계단 등이 깨져나가는 연출은 <캐리비안 해적3: 세상의 끝에서(2007)>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물론 <캐리비안 해적>이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이미 다른 곳에서 비슷한 연출이 있었다는 점에서 훨씬 신경써서 연출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도전> 오프닝 장면 중
    <캐리비안 해적3> 베켓의 마지막 장면 중

     

    고려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왕조 조선을 건국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정도전의 생애를 압축해서 보여주려는 것 같은데,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웅장하지도 예쁘지도 않다. 오프닝이 음악과 잘 어울리게 만들어진 것 같지도 않다. 오프닝에 사용한 음악 길이에 맞춰 오프닝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오프닝을 만들고 그 영상시간에 맞춰 음악을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오프닝에 사용된 음악은 1분 29초, 오프닝은 15초에 불과하다. 제작진은 광고를 조금이라도 더 틀기 위한 것인지 오프닝을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프닝은 드라마와 만나는 첫 부분이라 인상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오프닝은 15초로 딱 맞게 끊었으면서 정작 각 화의 길이는 5분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어서 왜 이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 참고로 <용의 눈물> 경우 오프닝이 1분 35초이다. 오프닝의 완성도가 이 정도인데 본격적인 전개에서 완성도가 괜찮을까. 제작비 문제겠지만 몰입이 쉽지 않았다.

     

     

    "호칭과 지칭"

     

    가장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정도전>의 대본을 쓰고 검수한 사람들은 '연구자가 역사적 현상을 가리키기 위해 만든 용어'와 '당대에 실제 사용한 용어'를 전혀 구별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신진사대부', '권문세가'와 같은 것은 당시 존재했던 정치세력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사용한 용어이지 당대 사람들이 사용한 용어가 아니다. 물론 '사대부', '권문', '세족'과 같은 용어는 당대에도 쓰였지만, 당대 사람이 자신을 가리켜 '신진사대부'라던가, 누군가를 '권문세족'이라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어색하다. 예를 들어, 전두환 정부의 신군부 세력이 등장하는 사극에서, 전두환이 "우리 신군부 세력은 말이야" 혹은 "우리 군사정권은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연구자의 용어 문제를 떠나서 상황에 맞지 않는 호칭도 꽤 많다. 예를 들어, 작중 이인임이 본인 휘하의 군사를 모으라고 부하에게 지시하는데, 그 지시를 받은 부하가 다시 돌아와서 '사병'을 모았다고 보고한다. '사병'은 말그대로 사사로운 병사(私兵)이다. 다시 말해, 왕과 중앙 조정의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이 '사병'인 것이지 본인 휘하의 군사를, 자기가 속한 군대를 '사병'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조직의 보스가 "애들 불러" 했더니 "여기 깡패들 모아왔습니다" 하는 격이다. 또 자신들의 나라를 '우리나라'같은 말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고려'라는 국호로 말하고 있는 장면도 계속 나온다. 4화 현재 아직 고려는 망하지 않은 상태이다. 지금으로 보면 '우리나라'를 주어로 말해야할 때 '한국은', '한국이'라고 계속 말하는 것과 같다. 마치 작중 인물들이 고려가 망하는 미래를 알면서 대화를 하는 느낌마저 든다. 또 조선이 건국되지도 않았는데 '고조선'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고조선'은 국호가 '고조선'이어서가 아니라 '고조선'과 이성계가 건국한 조선을 구분하기 위하여 후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용어이다. 고려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고조선'이라는 국호를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매우 어색하다.

     

     

    '노동', '민족', '중대발표', '점거', '보증' 등 당대에는 쓰지 않은 용어들을 쓰는 경우도 많다. 당대 말투와 어휘를 모두 되살릴 수 없고, 사극이 꼭 그럴 필요도 없지만, 적어도 당대에 쓰지 않은 용어를 쓰는 것은 피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한국 사극은 다루는 내용과 제작 여건상 볼거리가 많은 대규모 전투 및 연회 장면보다 대화 장면을 중심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 이러한 부주의한 용어 사용은 대사가 많은 사극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도전>은 국사교과서에 등장하는 용어를 너무나 충실하게 그대로 사극에 옮겨 놓아서 어떤 장면은 EBS에서 만들 법한 시청각 자료의 느낌이 날 정도다. 문제는 <정도전>이 교육용 비디오가 아니라 정통 사극이라는 것이다. 그 사이에 연구자의 입장이 되어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용의 눈물>이 방영되었던 1996년보다 연구 성과와 역사콘텐츠 사이의 거리가 훨씬 더 멀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극 제작 환경 변화나 역사콘텐츠를 즐기는 매체와 방식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그런 것들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연구자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정도전>의 시대와 드라마 <정도전>이 그리는 시대는 너무나 다른 것 같다. 고증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시대상(時代相), 이미지가 다른 것 같다. 20세기와 비교하면 역사콘텐츠의 양은 빠르게 늘어가고 있지만, 오히려 연구자들은 역사콘텐츠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역사콘텐츠에서 급격하게 분리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1화부터 후기를 쌓아나가려고 한다.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1화)>

    <정도전>의 1화는 이성계와 정도전이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하지만, 이것은 조금 훗날의 일이다. 1화는 대부분 성균관에서 일하고 있던 정도전이 공민왕의 무리한 공사와 사치를 목격하는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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