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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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백년동안, 2018후기(後記)/독서후기 2020. 4. 14. 08:26
이영훈이라는 사람이 있다. 역사학계에 관심이 큰 사람이 아니라면, 이른바 뉴라이트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 정도로 알려져 있을 것 같다. 이 사람이 2018년에 라는 책을 썼다. 정규재TV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고, 이 책을 포함하여 총 12권의 책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확인해보니 2권, 3권이 이어서 나오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교보문고에서 잠깐 서서 읽어보았다. 그가 이 책 이전에 쓴 책으로 , 라는 책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단독 저서는 아니지만 한 책에 실린 이라는 글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지금 세상에서 바라보는 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가 어떻든, 이영훈은 꼼꼼한 논증을 깔끔한 문장으로 써내는 몇 안 되는 연구자이다. 나는 그의 연구사적 업적이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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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뿌리와이파리, 2015후기(後記)/독서후기 2020. 4. 13. 07:00
무죄 판결 소식을 듣고, 늦었지만 직접 읽어보고 쓴 후기이다. 판본은 34곳이 삭제된 제2판이었다. 이 책은 위안부에 대한 책이 아니라, 위안부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를 다룬 책이라고 보아야 불필요한 오해가 적을 듯하다(그래서 제목이 적절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목적은 그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사실상 주도해왔던 한국의 '정대협'과 일본의 '진보좌파세력'의 운동 방식을 비판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 운동 방식의 문제는 위안부에 대한 이미지를 '피해자', '소녀', '투사'로만 한정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정대협'과 '진보좌파세력'이 복잡 했던 위안부의 모습들을 단일한 이미지로만 정리함으로써 여러 논의점들을 탈락시켜왔을 뿐만 아니라 일부 사실 관계도 왜곡하여 한일 양국 사이의 대화와 화해를 방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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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The Face Reader, 2013)>에서 몰입을 방해한 장면(스포주의)후기(後記)/시청후기 2020. 4. 10. 08:32
이 글에는 영화 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심히 욕을 하긴 할 것이지만 은 재밌는 영화다. 왓챠 평점 3.5점을 주었다. 점수는 와 다음이고 보다 위이다. 은 실제 역사적 사건인 계유정난(癸酉靖難, 1453)을 영화의 중심에 두고 거기에 휘말리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관상이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풀어내고 있다. 역사적 사건의 흐름은 그대로 두면서 인물의 묘사로 군데군데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역사의 큰 흐름을 바람, 그 안의 인간 군상을 파도로 비유한 영화 대사와 맥락이 닿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영화의 시작과 결말이었다. 영화는 한 노인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부터 시작되고, 그 노인이 죽음에 이르는 장면으로 사실상 끝난다. 물론 영화의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