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後記)
-
다미안, <무리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걸>, SALIDA, 2020후기(後記)/독서후기 2020. 12. 31. 02:47
내돈내산, 책. 다미안이란 글쓴이는 총 세 권의 책을 냈다. 호기심에 첫 번째 책을 본 뒤, 그 책을 하나 더 사서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했다. 곧 나온 두 번째 책은 출간되자마자 찾아서 읽었다. 이번 세 번째 책은 아예 나오기를 기다려서, 처음 들어보는 행사 웹사이트의 예약 구매 비슷한 것을 했다. 이제 팬이라면 팬일 수 있겠다 싶다. 나머지 책들도 거꾸로 하나씩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논문을 위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내 문장이 한없이 무거워진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 글을 봐도 그렇게 가벼웠던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걸 좀 어떻게 해보려고 이 블로그도 하는 것이지만 딱히 나아지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마운드에 섰을 때 온통 힘이 들어가서 발아래 로진백조차 제대로 털어낼 수 없을 것 같은 투..
-
너를 위해 팀이 있는 것이 아냐. 팀을 위해 네가 있는거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 2020)>후기(後記)/시청후기 2020. 6. 10. 00:33
허재, 김유택이 있었던 기아 엔터프라이즈와 농구보다 김기태, 조규제, 박경완이 있었던 쌍방울과 야구를 더 좋아했던 어린 시절에도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이하 조던)은 알고 있었다. 물론 그때도 조던이 위대한 농구선수인 것은 알고 있었다. 조던이 항상 TV 뉴스와 신문의 스포츠면을 화려하게 장식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삼성전자 알라딘보이 NBA게임시리즈에서 능력치가 가장 좋은 선수였기 때문이다(*알라딘보이가 삼성전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메가드라이브의 한국판이라는 것을 한참 뒤에 알았다). 야구보다 농구를 더 좋아하게 되고 한창 농구를 했을 때는 조던의 다음 시대인 2000년대였다. 나에게는 조던보다 리차드 해밀턴, 앨런 아이버슨, 코비 브라이언트,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빈스 카터, 덕 노비츠키 등이 ..
-
2010년 독일 뮌헨 다하우 강제수용소 방문기(2)후기(後記)/여행후기 2020. 5. 14. 19:34
저번 2010년 독일 뮌헨 다하우 수용소 방문기(1)에 이은 두 번째 글이다. 첫 번째 글부터 보려면 이 링크를 이용하면 된다. 1편에서 봤던 바로 위 미술품을 보다가 뒤돌면, 바로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나무 아래 남아 있는 건물이 수감자들을 수용한 생활관이다. 지금은 대부분 없어지고 사진처럼 터만 남아 있다. 당시 모습을 재현해둔 생활관 2개 동만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관람객들은 주로 성인과 학생들인데, 태도가 각양각색이기는 했지만 튀는 행동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설명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시종일관 진지했다. 설명하는 내용이 무거워서 그랬을 테지만, 생활관들이 대부분 철거되어 오히려 강제수용소 규모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분위기도 한 몫했던 것 같다. 물론 ..
-
2010년 독일 뮌헨 다하우 강제수용소 방문기(1)후기(後記)/여행후기 2020. 5. 12. 01:54
코로나19가 등장한 이후 언제 다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옛 자료를 보다보니 2010년에 독일 뮌헨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게 벌써 10년 전이다. 그때 뮌헨에 있는 다하우 강제수용소에 갔다 와서 글과 사진을 이글루스였나 어디였나 정리해두었는데, 지금은 사라져서 여기 블로그에 다시 정리해보려고 한다. 다하우 강제수용소는 검색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듯이, 독일 국내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이다. 다하우 강제수용소의 건축물 구성과 운영 방식 등은 뒤에 만들어진 다른 강제수용소들의 원형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다하우 수용소에 간 날은 독일 현지 시각으로 2010년 7월 7일이었다. 뮌헨 중앙역 주변 숙소에서 주선하는 가이드 투어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 가이드 투어에 신청하..
-
아를레트 파르주, <아카이브 취향>, 문학과지성사, 2020후기(後記)/독서후기 2020. 5. 7. 01:32
PDF로 만들어졌거나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 사료를 다루는 요즘 연구자들과 조금 세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역사학자의 작업 과정을 아주 잘 묘사한 책이다. 아무리 봐도 의미 없어 보이는 수많은 사료 더미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고 설명하려고 하는 역사학자의 작업은 흥미로우면서도 매우 지루한 작업이다. 실컷 많은 사료를 죽자 사자 검토해도 허탕을 치는 날이 대부분이다. 겨우 찾으려고 했던 사료를 찾아내 기분 좋게 잠에 들어도 다음날이 되어 맨 정신(?)에 다시 사료를 살펴보면, 사료를 잘못 봤거나 오해한 경우도 많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사료의 양에 기가 눌려, 그야말로 사료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가 아무것도 할 엄두를 내지 못할 때도 있다. 지루한 작업 과정은 무려 검색이 되는 전자화된 사료를 다룰 ..
-
<익스트랙션(Extraction), 2020>, 액션에 모든 걸 쏟아 부은 액션 영화후기(後記)/시청후기 2020. 5. 1. 22:22
이 영화의 목표는 확실하다. 지금까지 다른 영화에서 시도했던 액션 장면, 그리고 지금까지 다른 영화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액션 장면을 몽땅 다 보여주겠다는 것. 중반부까지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호쾌한 액션이 쉼 없이 이어진다. 맨손, 칼, 총기, 중화기, 차량, 헬리콥터를 사용한 액션이 모두 등장한다. 쓸데없이 늘어지거나 불필요한 동작도 없고, 카메라를 너무 흔들어대고 조명을 신경 쓰지 않아서 액션의 가시성이 떨어지는 구간도 거의 없다. 최근 액션 영화에 당연한 것처럼 포함되는 롱테이크샷 고난도 액션도 포함되어 있다. 그야말로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의 사전적 정의, "격투, 추격, 살인 따위의 격렬한 행동이나 사건을 소재로 삼는 영화", 그대로이다. 크리스 햄스워스(이하 햄식이, 타일러 레이크 역..
-
<이어즈 앤 이어즈(Years & Years, 2019)>, 상상보다 더 두려운 미래후기(後記)/시청후기 2020. 4. 27. 14:57
*이 글에는 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는 영국 BBC와 미국 HBO가 합작한 6부작 드라마이다(마지막화의 내용으로 볼 때 아마 시즌이 더 나올 것 같다). 다가올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서 만든 드라마인데, 50년, 100년 뒤가 아니라 당장 5년, 10년 뒤를 상상해서 만든 이야기라 몰입이 잘 되었다. 영국 입장에서는 브렉시트 이후의 세계를 그렸으니 더 와 닿을 것 같다. 전지구적인 상황을 다루는 드라마이므로 이야기 전개가 다소 산만해질 수 있었는데, 한 가족의 이야기로 초점을 맞춘 것도 마음에 들었다. 역사적인 주제 혹은 전지구적인 소재의 이야기를 한 가족으로 풀어내는 가족드라마들이 늘 그렇듯이, 에서도 한 가족에 유독 많은 다양성(인종, 성 정체성, 장애 여부, 직업 등)이 몰려 있을 수..
-
이육사, <이육사 시집(범우문고312)>, 범우사, 2019후기(後記)/독서후기 2020. 4. 17. 12:50
2019년 12월 30일 친구들과 연말모임에서 이육사의 시 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육사의 은 다음과 같다.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문제가 된 것은 3연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의 의미이다. 이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있었다. 하나는 ‘한 발을 힘있게 밟을 곳조차 없다(K씨)’이고, 다른 하나는 ‘한 발을 둘 공간조차 없다(L씨, 아래 실명은 연구자 이름)’는 것이다. 전자는 경북 영주의 방언을 근거로 한 해석이었고, 후자는 현재 일반적인 해석을 따른 것이었다.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