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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수도 이전과 <경국대전> 이야기_2
    조선 사용 보고서 2022. 7. 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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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헌법재판소가 <경국대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판결 근거로 이용하였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저번 글에서도 인용하였던 2004년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다시 검토해보자.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위헌확인(전원재판부 2004헌마554, 2004.10.21.)

    (3)수도 서울의 관습헌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
    (바)이러한 한성의 수도로서의 지위는 성종때에 완성된 조선의 기본법전이었던 경국대전(經國大典)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한성부(漢城府)에 관한 규정은 이전(吏典) 경관직(京官職) 한성부조(漢城府條)에 들어있는데 경관직은 지방관인 외관직(外官職)과 구별되어 있었고, 그 관할로 경도(京都), 즉 서울의 호적대장, 시장 등의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여 한성의 수도로서의 지위를 분명히 하였다.

     

    위 내용을 보면, 헌법재판소는 <경국대전>의 두 가지 내용에 주목하였다. 첫째, 현재 서울 지역의 옛 이름, 한성(漢城)을 담당하는 관청인 한성부의 주요 업무가 경도(京都), 즉 수도를 관리한다는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내용을 '한성이 곧 수도'라는 의미로 이해하였다. 둘째, 한성부에 대한 내용은 <경국대전> 가운데 이전(吏典), 경관직(京官職)에 기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는 한성부의 관직이 경관직, 즉 수도 관직이라면, '한성이 곧 수도'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하였다. 이와 같은 <경국대전> 해석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판결 내용이 도출될 수 있었다.

     

    (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도가 서울로 정하여진 것은 비록 헌법상 명문의 조항에 의하여 밝혀져 있지는 아니하나, 조선왕조 창건 이후부터 경국대전에 수록되어 장구한 기간동안 국가의 기본법규범으로 법적 효력을 가져왔던 것이고, 헌법제정 이전부터 오랜 역사와 관습에 의하여 국민들에게 법적 확신이 형성되어 있는 사항으로서 제헌헌법 이래 우리 헌법의 체계에서 자명하고 전제된 가장 기본적인 규범의 일부를 이루어 왔기 때문에 불문의 헌법규범화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의 <경국대전> 해석은 문제가 없을까? 먼저 한성부의 담당 업무가 기재된 부분을 살펴보자. 다음 그림은 한성부의 담당 업무를 기재한 부분이다. 여기서 빨간색 동그라미를 보면, 헌법재판소가 쓴 것처럼 '京都'라는 용어를 확인할 수 있다. 한성부는 '경도'의 인구, 토지, 도로, 교량, 사법 행정 등을 담당한다고 쓰여 있다. 한성이 현재 서울이고, '경도'가 수도를 의미한다고 보면, 서울을 담당하는 관청의 구체적인 업무가 수도관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서울이 곧 수도라는 논리로 연결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조선시대 수도, 경(京)의 개념과 그에 대한 인식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론이다. 여기서 이 문제까지는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경국대전>을 대한민국 헌법 판결에 주요 근거로 이용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학술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에 법학 분야를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經國大典>, 吏典, 京官職, 正二品衙門, 漢城府

     

    다음으로 <경국대전>에서 한성부가 기재된 위치를 근거로 서울을 수도로 판단한 해석을 살펴보자. 한성부는 <경국대전>의 경관직 부분에 기재되어 있다. 경관직은 지방 관직인 외관직(外官職)과 구별된다. 따라서 경관직 항목에 기재된 한성부는 수도 관직이며, 서울을 담당하는 한성부 관직이 수도 관직이므로 서울은 수도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이 해석은 단순 논리로 보더라도 문제가 있다. 다음은 <경국대전>에서 개성부를 기재한 부분이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것이 개성부이다.

     

    <經國大典>, 吏典, 京官職, 從二品衙門, 開城府

     

    개성은 지금 북한에 있는 그 개성을 의미한다. 개성부는 '구도(舊都)', 즉 예전 수도를 관리하였다. 개성은 고려 수도였으며 조선이 개국하고 나서도 한동안 수도 역할을 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 개성부도 한성부와 함께 경관직 항목에 기재되어 있다. 당시 개성부는 지방 한 지역을 담당하는 외관직이었지만 실제 지위와 대우는 경관직이었다. 이는 한성부가 경관직 항목에 기재되었다는 사실이 서울을 수도라고 해석하는 데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성부는 꼭 지리적으로 수도에 있는 관직이 아니더라도, 당대 경(京), 수도 개념에 의거해서 실제로는 지리적으로 지방에서 근무하더라도 경관직으로 이해하였던 사례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수도, 즉 '경(京)'의 개념과 인식을 자세하게 검토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개성부와 한성부가 함께 경관직 항목에 기재된 사실이 있는 이상 한성부가 기재된 위치를 헌법재판소가 판결 근거로 이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 <경국대전>을 이용한 부분을 살펴본 결과, 하나는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하나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 근본적인 질문들을 다시 생각해보아야할 판결문이지만, 그것을 차치하고 단순 논리적인 부분만 살펴보더라도 다소 궁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굳이 <경국대전>까지 필요했을까?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경국대전>을 참고하느라 고생하였을 당사자들이 상상되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의 정치 상황과 함께 살펴보아야 하겠으나, 2010년대에 고약해와 관련한 일화가 급속도로 퍼진 것처럼 일정한 의도에 따라 조선시대 역사가 이용된 결과물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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