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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과 <경국대전> 이야기_1조선 사용 보고서 2022. 7. 15. 01:33
은 조선시대 핵심 법전 가운데 하나였지만, 지금은 당연히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사료일 뿐이다. 역사학과 관련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라는 낱말조차 생소할 수 있다. 은 조선시대를 전공하는 나에게는 어떤 텍스트보다 중요한 텍스트이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 영향력이 큰 텍스트는 분명히 아니다. 그런데 이 이 한국에서 단 한 번 중요한 텍스트인 적이 있었다. 바로 2002년 행정수도 이전 논의였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이미 1970년대 후반 박정희 정부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이미 서울 인구의 과밀화는 사회 문제가 가운데 하나였다. 박정희 정부는 수도 기능을 나누고 옮겨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박정희 정부 이후에도 관련 논의는 이어졌지만, 행정수도 이전이 구체적으로 추진되지는 못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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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과 '다시 한번' 맞춤법글을 잘 쓰고 싶어요 2022. 7. 13. 15:27
지금 한글을 켜서 '다시 한 번'과 '다시 한번'을 쳐보면, 맥용 한글에서는 '다시 한번' 아래에 빨간줄이 생기고, 윈도우용 한글에서는 '다시 한 번' 아래에 빨간줄이 생긴다. 각 버젼에 따라 또 다를지도 모르겠다. 빨간줄은 곧 해당 단어가 맞춤법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일까? 헷갈리니 조금 더 찾아보았다. 링크에 제시한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의 2018년 답변을 보면 다음과 같다. 안녕하십니까? 예전에는 '다시 한번'과 '다시 한 번'을 의미에 따라 구분하여 쓴 적이 있었으나, 현재 '다시' 뒤에서 숫자의 뜻이 특히 약하다 하여 이와 같은 구성에서는 언제나 '한번'을 붙여 쓰는 것으로 통일하였습니다. 따라서 보이신 문장에서뿐만 아니라, 항상 '다시 한번'으로 띄어 쓰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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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팩트시대의 팩트와 데이터(Seriously Curious)후기(後記)/독서후기 2021. 5. 4. 02:32
요즘 글을 쓰면서 남의 글을 너무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나 서예도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으면 나의 것을 발전시킬 수 없다고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독서를 소홀하게 해온 듯하다. 물론 이렇게 의식적으로 독서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을 정도이니 글로 밥벌이를 해보겠다는 나조차 활자보다 다른 매체를 편하게 느끼고 있는 셈이다. 내 글을 읽어줄 독자들은 어떨까. 기능적 의미에서 글쓰기는 여러 모로 예전보다 쉬워졌지만 읽히는 글을 쓰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 오늘 소감을 쓸 책은 제목때문에 산 책, 이다. 앞으로 역사가들은 문헌보다 전기신호에 있는 정보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쪽에 관심이 조금 있다. 기록학이 그러한 것처럼 데이터사이언스 분야도 역사학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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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드라마 <정도전(2화)> 성균관은 대학교가 아닌데요후기(後記)/시청후기 2021. 4. 29. 02:34
드디어 2화이다. 정도전은 건방진 상소를 올린 죄로 문초를 당할 위기를 겪지만, 정도전의 충정(?)에 감격한 공민왕이 정도전을 풀어주고 크게 쓰겠다고 한다. 정도전을 몰아내려던 이인임은 오히려 위기에 몰린다. 공민왕의 용서에 감동한 정도전은 마음을 다잡고 공민왕과 으쌰으쌰 해보려고 하지만, 마침 그때 공민왕은 자신이 아끼던 자제위에게 시해당하고 만다. 이인임은 자신이 밀려나지 않기 위해 자제위를 자극하면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자제위가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정리한 뒤 정권을 잡는다. 성균관은 대학교가 아닌데요 은 정도전과 정몽주를 비롯한 이른바 ‘신진사대부’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해설도 연출도 이것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이, 특히 정도전이 분노한 이유는 탐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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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 기록물 사본신청 후기쓸데없는 생각들 2021. 4. 23. 16:32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개인 자격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표창장을 수여한 대통령은 아쉽게도 온갖 지탄을 받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 표창장은 당시를 열심히 살아낸 부모님 인생의 보상이었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대통령 이름이 박혔다고 해서 그 가치가 폄하될 수는 없다. 내 입장에서는 언젠가 부모님의 경험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에서 이 표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역사 전공이기는 하지만 전공하는 시대가 달라 쉽게 접근하지 못했었는데, 국가기록원의 서비스가 잘 준비되어 있어서 이참에 관련 정보를 조금씩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2020년에 이와 관련된 박사학위논문이 나왔으므로 이 작업은 점차 탄력이 붙을 것 같다. 일단 국가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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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드라마 <정도전(1화)>후기(後記)/시청후기 2021. 4. 19. 23:49
의 1화는 이성계와 정도전이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하지만, 이것은 조금 훗날의 일이다. 1화는 대부분 성균관에서 일하고 있던 정도전이 공민왕의 무리한 공사와 사치를 목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한 공민왕과 나라 꼴을 참지 못한 정도전은 공민왕에게 상소를 올리려고 하지만 이인임에게 방해받게 된다. 정도전은 명 사신들이 성균관을 방문할 때 드디어 공민왕과 마주할 기회를 얻는다. 조금 오글거리는 장면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난한 시작이었다. 이인임 배우 박영규가 연기한 이인임은 이성계와 더불어 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제목이 이기는 하지만 초반에 등장하는 주인공 정도전은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이다. 아마도 나중을 위한 '빌드업'으로 보이는데, 초반부 정도전은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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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드라마 <정도전(후기 시작)>후기(後記)/시청후기 2021. 4. 13. 02:41
유튜브 채널 KBS Drama Classic에 가서 멤버쉽 1차 가입을 하면(월 1,900원), 역대 KBS 사극들을 시청할 수 있다. , , 정도를 볼 생각이다. 모두 배우 유동근이 나온다. 유튜브 채널 광고였으면 좋겠지만 내돈내산이다. 사실 월 1,900원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의 접근 편의성이나 화질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은 2014년에 방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80p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2화부터는 멤버쉽에 가입해야 볼 수 있는데 적어도 화질이 720p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한국 사람이라도 있으면 은근히 편한 한국어 자막도 따로 지원하지 않는다. 이럴거면 차라리 왓챠와 같은 국내 OTT 서비스에 콘텐츠를 전부 넘겼으면 하는데, 등 몇몇 드라마가 왓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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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안, <무리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걸>, SALIDA, 2020후기(後記)/독서후기 2020. 12. 31. 02:47
내돈내산, 책. 다미안이란 글쓴이는 총 세 권의 책을 냈다. 호기심에 첫 번째 책을 본 뒤, 그 책을 하나 더 사서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했다. 곧 나온 두 번째 책은 출간되자마자 찾아서 읽었다. 이번 세 번째 책은 아예 나오기를 기다려서, 처음 들어보는 행사 웹사이트의 예약 구매 비슷한 것을 했다. 이제 팬이라면 팬일 수 있겠다 싶다. 나머지 책들도 거꾸로 하나씩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논문을 위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내 문장이 한없이 무거워진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 글을 봐도 그렇게 가벼웠던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걸 좀 어떻게 해보려고 이 블로그도 하는 것이지만 딱히 나아지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마운드에 섰을 때 온통 힘이 들어가서 발아래 로진백조차 제대로 털어낼 수 없을 것 같은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