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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묘수좌(猫首座) 보론(補論)
    하루실록 2020. 5. 1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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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Kate Stone Matheson  on  Unsplash

     

     

    이전 글, <계획이 다 있는 고양이, 묘수좌(猫首座)>에서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있었다. 당시 사관(史官)은 김안로를 고양이에 비유하여 마치 역사 속 이묘(李猫)의 사례와 같다고 말했는데, 이 이묘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이전 글을 쓸 때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추정했던 후보로는, 1)당 고종대 재상 이의부, 2)당 현종대 재상 이임보, 3)고려 우왕대 재상 이인임이었다. 모두 이 씨인 간신들로 고양이로 비유된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묘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더라도 묘수좌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딱히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금 알게 되었으니 보충하는 글을 쓴다.

     

     

    <중종실록> 권79, 30년 1월 정축일(16일)의 기사를 보면, 여기서도 사관이 당시 김안로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김안로의 간사함이 2)이임보보다 더 심하다고 말하고 있다(아래 번역 이외에 괄호 안은 내가 추가한 내용).

     

     

    "김안로가 정광필을 꺼리고 미워한 까닭은, 정광필이 한산(閑散, 관직이 없는 상태)이 되었을지라도, 명예가 있었고 또 이미 정승을 지낸 사람이으므로 정광필에 의해 자신의 간사함이 드러날까 염려한 것이었다. (김안로는) 온갖 방법으로 써서 이처럼 (자기의 간사함을) 가렸다. 이임보와 노기(盧杞, ?~758)같은 간사한 자일 지라도 어떻게 이보다 더하겠는가."

     

     

    여기서 새롭게 등장하는 노기 역시 당 덕종대의 간신이었다. 결국 묘수좌 이야기에서 나온, 이묘는 2)이임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이임보는 사자성어 구밀복검(口蜜腹劍)의 주인공이기도 하므로 고양이로 비유된 가장 유명한 간신이었던 것 같다.그럼에도 굳이 다른 사례의 가능성을 찾아봤던 이유는, 당시 이인임과 관련된 이른바 '종계변무(宗系辨誣)'가 조선의 큰 현안이었고, 또 사관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가까운 고려의 사례를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계변무'는 명(明)의 공식 기록에 이인임이 태조 이성계의 조상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바로잡으려는 조선의 외교적인 노력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이인임에 빗대어 욕하는 것이 더 모욕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사관은 당(唐)의 고사(古事)가 더 친근했던 것 같다.

     

     

    <추가> 이 글을 쓰고 난 뒤 좀더 찾아보니, 중종 32년(1537) 김안로가 축출될 때, 중종과 대신(大臣)들이 김안로를 이임보에 비유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사관이 당의 고사에 친근했다는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김안로 관련 논의에서 이임보가 직접 언급되었기 때문에 사관도 김안로를 이임보에 비유했다고 보아야 정확하다. <실록> 편집자는 전체 이야기를 모두 아는 상태에서 내용을 구성하는 반면, 나는 <실록>을 시간과 사건 순서대로 따라가다보니 생긴 작은 오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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